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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슴에 커다랗게 박힌 ‘로고' 티가 돌아왔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6.12

가슴에 커다랗게 박힌 ‘로고' 티가 돌아왔다


 
감춰야 더 매력적이라고 하던 때가 있었다. 대놓고 드러내는 것이 품위 없는 졸부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브랜드 로고 얘기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이왕이면 더 크게, 더 돋보이게 로고를 드러낸다.

 
감추는 것이 미덕이었던 로고를 한껏 드러내는 패션이 최신 트렌드로 떠올랐다. 2018 FW 시즌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공개된 펜디와 휠라의 협업 제품 중 로고 패러디가 돋보이는 티셔츠를 입은 모델 지지 하디드. [사진 핀터레스트]

 

빅로고 전성시대
지난 6월 1일부터 10일까지 롯데백화점에서 열린 여름 패션 기획전의 이름은 ‘빅로고 리턴즈’다. 1990년대 유행했던 큼지막한 로고가 적힌 반소매 티셔츠를 필두로 아노락, 부츠컷 팬츠, 로고 모자 등 레트로풍 제품을 판매한다.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한다. 롯데백화점 송혜림 마케터는 “기획전을 하기 전부터 타미힐피거·휠라 등의 기본 로고 티셔츠가 롯데백화점 전국 매장에서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며 “지난해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의 구매 이력과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빅로고’라는 테마로 패션 기획전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타미힐피거·게스·MLB 등 빅로고 티셔츠를 주력 상품으로 내놓았던 브랜드가 주축을 이루고 있는 롯데백화점 ‘유니캐주얼’ 상품군의 경우 올해 3~4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30% 이상 신장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지난 6월1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롯데백화점의 여름 시즌 패션 기획전 '빅로고 리턴즈.' [사진 롯데 백화점]
 


지난 3월 동대문 디자인센터에서 열렸던 2018 F/W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도 이런 빅로고가 자주 목격됐다. 디자이너 박환성이 이끄는 디앤티도트가 대표적이다. 패션브랜드 휠라와의 협업 제품들을 무대에 세우고 90년대 올드 힙합의 대표격인 가수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를 배경음악으로 해 쇼를 연출했다. 야전 상의와 청재킷, 후드 스웨트셔츠 등 당대의 패션 아이템들을 주로 선보였던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역시 ‘휠라(FILA)’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티셔츠였다.
 
1990년대 회귀 시리즈 2탄으로 제작된 디앤티도트의 2018 FW 컬렉션 중 한 장면. 큼지막한 로고가 박힌 티셔츠가 눈길을 끈다. [사진 헤라서울패션위크]
 
 


옛날 로고로 ‘리턴’한다
이런 트렌드에 힘입어 아예 옛날 로고를 복각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폴로 랄프로렌은 지난 5월 31일 90년대 로고를 그대로 가져온 'CP-93 컬렉션'을 발표했다. 92년 미국에서 열린 국제 요트대회의 미국 국가대표팀 유니폼이었던 것을 이듬해 정식 발매한 제품들로 화려한 패턴과 컬러, 디테일이 특징이다. 이번에 발매된 CP-93라인의 특징은 93년 폴로 랄프로렌의 로고를 그대로 복각했다는 데 있다. 25년 전 만들어진 오리지널 컬렉션의 패턴과 컬러를 모두 그대로 가져왔을 뿐 아니라, 옷 한가운데 당시 사용했던 시즌 로고인 ‘RL-93로고’와 폴로 랄프로렌의 화려한 문양 등을 그대로 사용해 큼직하게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지금은 변형된 옷 안쪽의 라벨 또한 당시 라벨과 똑같은 것으로 사용했다.
 
1993년에 발매된 폴로 랄프로렌의 CP-93라인의 시즌 로고를 그대로 재현해 출시한 CP-93 리미티드 에디션. [사진 폴로 랄프로렌]
 
 
65년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펜디의 FF로고는 2018년 5월 다시 ‘FF 리로디드(Reloaded) 캡슐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FF로고는 65년 펜디 하우스에 입성한 칼 라거펠트가 ‘유쾌한 모피(Fun Fur)’의 약자로 만든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로고다. 물론 이전에도 펜디가 FF로고를 사용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60년대 만들어져 90년대와 2000년대를 풍미했던 FF로고를 전면에 내세운 컬렉션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시차가있는 만큼 옛날 로고를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약간의 현대적인 변형을 가했다. 장방형으로 옆으로 길게 늘어진 FF로고가 보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으로 변했고, 갈색 바탕에 검은색 로고만 넣었던 과거와 달리 흰색 바탕에 검은색 로고를 넣는 등 보다 모던한 느낌을 냈다. 5월 15일 론칭한 이 로고 컬렉션 중 니트 상의와 신발 등은 현재 구할 수 없을 만큼 인기가 높다.
 
1960년대 디자인되어 1990년대를 풍미했던 펜디의 FF로고가 보다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변형되어 2018년 5월 새롭게 출시됐다. [사진 펜디]
 
 
스포츠 브랜드 르까프는 86년에 만들어졌던 초창기 로고를 2016년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브랜드 30주년을 맞아 일명 ‘헤리티지 로고’로 복귀함을 알리며 2000년대 만들어진 심플한 로고 대신 이전 디자인으로 돌아간 것이다. 로고 변경을 기념해 옛 로고를 전면에 크게 강조한 빅로고 티셔츠를 함께 출시한 것은 물론이다. 르까프의 이전 로고를 알고 있는 30~40세대에게는 친밀감을, 10~20세대에게는 참신함을 주겠다는 의도다.
 

아예 옛날 로고로 돌아간 브랜드도 있다. 르까프는 2000년대 만들어진 심플한 로고 대신1980년대 로고로 회귀했다. [사진 르까프]
 


 
‘나 00입은 사람이야?’ 과시 심리만은 아냐
로고 패션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을 두고 패션은 돌고 돌며, 트렌드는 돌아오는 것이라는 얘기를 하곤 한다. 늘 새로운 것을 찾지만 결국 과거 아카이브에서 재료를 발견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변형해 마치 새로운 것처럼 재해석하는 것은 패션계의 오래된 관행이기도 하다.
하지만 왜 하필 90년대이고, 왜 빅로고인가. 로고를 대 놓고 드러낸 패션 아이템들이 다시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요 몇 년 사이 ‘복고 패션’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다. 패션 업계에선 이를 두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웠던 90년대에 대한 향수로 해석한다. 2000년대 들어 지속됐던 ‘로고 리스(logo less)’, 즉 로고를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 것이 세련된 것이라는 ‘미니멀리즘’에 대한 반동으로 그 대척점에 있었던 90년대 ‘맥시멀리즘’이 다시 돌아왔다는 의견도 있다.

 
뭐든지 단순한 것을 추구했던 2000년대 미니멀리즘 패션의 시대가 가고, 뭐든지 과장하는 1990년대 맥시멀리즘 패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진 발망]
 

 
빅로고로 대표되는 레트로 열풍에 대한 해석으로 이를 경험했던 기성세대들에게는 친밀감과 향수를, 이를 경험하지 못했던 10~20세대들에게는 신선함을 준다는 얘기도 있다. 이른바 ‘뉴트로(new-tro) 트렌드다. 복고를 의미하는 레트로(retro)와 뉴(new)를 더한 합성어로 복고지만 새롭게 다가온다는 의미다.
 
로고는 글자가 아니라 그림이다. 2018 FW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공개된 펜디와 휠라의 로고 패러디 제품. 두 브랜드의 로고를 합해 재미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사진 핀터레스트]
 
 
스포츠 브랜드 휠라의 김연진 마케팅 과장은 빅로고 트렌드를 로고 자체의 신분 상승으로 해석한다. 브랜드를 알리는 표식이나 브랜드의 상징을 얘기하는 것에서 그쳤던 로고가 아예 디자인의 중심이자 핵심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큼지막한 로고가 대놓고 박힌 티셔츠나 로고로 도배된 가방을 드는 것이 ‘나 00 입는 사람이야’라고 과시하고 싶은 심리가 아니라, 단순히 로고를 디자인의 하나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로고를 정보를 담은 활자가 아닌, 디자인을 담은 그림으로 본다는 얘기다. 실제로 휠라의 ‘F’로고가 박힌 티셔츠는 알파벳 ‘F’가 한글 ‘ㅋ’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ㅋㅋㅋ티셔츠’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런 경향은 문자보다는 이미지가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글씨를 글씨로 보지 않고 그림으로 인식한다는 말이다. 폰트(서체) 자체가 중요한 디자인 요소가 된 시대다. 로고를 강조한 패션 아이템이 로고만으로도 훌륭한 디자인 아이템이 된 이유다.
 

 

중앙일보 유지연기자/2018-06-10

http://news.joins.com/article/22700667#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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